2010년 11월 18일 목요일

'요즘 남자'와 '이상한 여자'

 

이 근처에 있는 연구소에 다닌다는 한 남자를 만났다.

동창이 친하게 지내라고 소개를 시켜준 공대출신 대구남자다.

나보다 딱 한살이 많고 나보다 키가 1센티 크다.

하얗고 귀여운 인상에 앞이빨이 마돈나처럼 살짝 벌어진게 매력포인트.

아주 상냥하고 잘 웃고 키빼면 비쥬얼도 고득점이다.

남자형제 셋있는 집에서 태어나 남중 남고를 나와 공대로 골인했지만,

성격은 막내여동생같은 귀염둥이에 뭔가 말이 많다.

 

그런데,

이남잔 정말 '평범한 요즘남자'다.

새로이 깨달은건 내가 정말 평범한 요즘남자와 사귄적이 한번도 없다는거다.

그러니 소문으로만 듣던 그들의 연애법에 익숙할 리가 없다.

'익숙한 연애'를 하고싶지도 않다.

보아하니 이분은 아주 열과 성을 다해서 연애 전 작업을 하고계시는듯 한데

나에겐 두근거림 보다는 호기심과 어색함이 가득하다.

 

 

기를 쓰고 빼빼로데이 전날에 만나서 12시를 넘고나서 빼빼로를 전해준다.

일어나서, 밥먹을때, 밥먹고나서, 퇴근할때, 씻기전에, 자기전에 꼬박꼬박 ^^ 가 달린 특정문자를 날린다.

약속장소엔 항상 일찍 나와 기다리고 데이트코스는 오직 이남자 머리 안에만 있다.

만나는 시간, 귀가 시간, 걷는 시간, 먹을 음식, 할 이야기가 그대로 계획된것만 같다.

어제 본 텔레비젼 이야기, 아는 웃긴 형 이야기, 아는 웃긴 친구 이야기...

나름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웃긴 소스들을 찾아서 서투른 말솜씨로 내게 잔뜩 풀어낸다.

단지 문제는 내게는 전혀 재미있지 않고, 내게 전혀 흥미가 없는 소재라는 거다.

배를 잡는 웃긴 이야기보다는 나는 그 남자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싶은걸 모르는것 같다.

주말에는 꼭 만나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몹시나 실망한다.

한살차이에 오빠라고 불리고싶어한다. 아주아주 갈망한다.

뭘 하든지 요즘남자같다.

보드를 타고, 재테크에 관심많고, 사소한 매너는 절대적이고, 옷도 트랜디하고

여친이랑 뭐든 같이 하고싶고... 뭐라고 해야하지.. 그냥 건전지만 갈아주면

평생 이 패턴으로 살아갈것 같은 매뉴얼 인간같이 느껴졌다.

 

이런 생각의 뿌리엔 하나의 절대명제가 있다.

'나는 이상한 여자다'

평범한게 싫고 구속도 싫지만

사랑은 미치게 하고싶은,

아주 지랄같이 까다로운 여자다.

 

그래도 아직까지는이남자의 장단에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다.

이 여자가 언제 한계에 부딪힐지는...

큰 사건이 없는한, 올해안에 결말이 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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